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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령지는 추억 가득한 모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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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예년에 비해 벚꽃이 일찌감치 피었다. 이른 꽃 소식과 함께 내가 근무할 학교의 내정 소식도 날아왔다. 뜻밖에도 내정 지는 내가 다녔던 학교이며 작년 6월에 교생 실습을 거쳤던 마 이사카 중학교였다.

 

첫 발령지는 추억 가득한 모교

내 첫 근무지가 추억 가득한 모교로 결정된 것이다. 7년 전에 졸업한 학교에 이번에는 선생님이 되어 다시 찾아가게 되었다. 모교는 내 마음속에 중학 시절, 그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남아 있었다. 학교 바로 앞 남쪽에 모래사장이 길게 이어 진해 안. 그 앞으로 태평양 너른 바다가 융단처럼 펼쳐지고 기분 좋은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곳. 수영반의 일원으로서 맹훈련을 했던 50미터 수영장, 추억이 묻어 있는 교실들.

 

모교가 다시 나를 맞아준다! 첫날, 모교 교문 앞에 섰을 때 나는 벅찬 감동으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러나 학생 시절을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밀자면 누구라도 기대감과 함께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나 또한 앞으로 내 앞에 닥칠 일들을 생각하니 불안감 이전 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불안감을 느꼈던 때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도쿄의 고등학교(츠쿠바 대학 부속 맹학교 고등부)에 진학했을 때였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마이사카는 앞이 보이던 때의 기억도 있어서 거리 지도가 통째로 머릿속에 들어있었지만, 도쿄는 그렇지 않았다. 거리에 나갔다가 위험한 곳을 맞닥뜨려도 누군가 일러주지 않으면 부딪치고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그런 내게, 거기로 가면 자동판매기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어요, 전봇대가 있어요, 똑바로 가다가는 강으로 떨어져요,라고 일러줄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러나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을 때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사용하기 시작한 하얀 지팡이를 움켜쥐고 필사적으로 앞을 더듬어가며 위험한 곳을 피하는 수밖에 다른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고등학교 생활은 기숙사에서 보냈지만 모든 게 처음 겪는일들이라서 극도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숙사가 학교부지 안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인간이란 너무 강한 스트레스가 쌓이면 노이로제가 된다.그때 내가 어떻게 그걸 극복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니 무엇보다 먼저 적극적으로 학급 친구들에게 말을 거는 것부터 시작했었다.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면 마음도 하나로 연결되어 한 사람 한 사람 친구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사람이 불안을 느끼는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인간관계에 있지 않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 나는 어떤 일이건 소리내어 말을 하지 않고서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살아갈 수조차도 없었다. 내게 있어 말을 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몸에 밴 생활 습관이었다.

무슨 일이든 곁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서 듣고 확인했다.그와 동시에 냄새, 바람의 흐름, 공기의 차고 뜨거운 느낌, 발로 딛고 선 바닥의 감촉, 내 앞을 막아선 벽이 내뿜는 압박감 등을 예전에 앞이 보이던 때의 기억에 덧붙여 맞춰나갔다. 그렇게 해서 아주 조금씩 내가 사는 곳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나갔다. 그리고 마침내는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다.

와세다 대학 교육학부에 다닐 무렵에는 대학 캠퍼스는 훤하게 다 알았고, 앞이 보이는 사람들과 똑같이 도쿄 거리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니, 그거 혹시 거짓말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건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는 풍경이 그려져 있다. 똑바로 가면 신호등이 있고, 레스토랑이 있고, 햄버거 가게가 있어. 그리고 그 아래로 지하철 계단이 이어지지····· 이런 식이다.

이제 막 교단에 들어선 풋내기 선생님인 나. 나는 지금까지 해왔던 내 방식대로 학생들, 그리고 선배, 동료 선생님들과 우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열심히 도전해볼 셈이다.

작년에 이 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했을 때도 먼저 말부터많이 하자는 내 방식을 실천에 옮겼었다. 교사 업무 중에서 잘 알 수 없는 부분은 선생님들께 스스럼없이 그때그때 질문을 했고, 학생들에게는 이름을 수없이 물어댔었다. 단 일 분이라도, 단 한 마디라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무언가 느낄 수 있다는 게 내 평소의 지론이니까.

앞이 보이지 않아도 이야기를 나누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없다. 인간관계의 기본은 서로 나누는 대화가 아닌가. 그러므로 나는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대답을 청했다.

솔직히 말해 첫 부임지가 모교인 마이사카 중학교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학교 가까이에 우리 집이 있으니까 하숙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 가중 학교 3학년 때까지 줄곧 지내왔던 마 이사카 거리며 학교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고스란히 다 들어 있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교사라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

 

 

선생님, 열심히 하세요!

다정한 마이사카 거리를 걸어 학교로 향하고 있을 때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온 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내 귀를 파고든다.

“선생님!"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듣고서도 처음에는 그게 나한테 하는 소리인 줄도 몰랐다.

“준이치 선생님!"

그렇게 이름을 부르며 팔을 잡았을 때에야 그게 나를 부르는 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이번에 마이사카 중학교로 오셨다면서요? 저, 선생님 이교 생 실습 나오셨을 때 배웠던 Y예요. 마 이사카 중학교에 놀러 가도 되지요? 선생님, 열심히 하세요!”

올해 마이사카 중학교를 졸업하고 실업 고등학교에 진학했다는 Y의 명랑한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응, 열심히 하마!》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2022.05.26 - [분류 전체보기] - 로미오와 줄리엣, 그 사랑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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